고치지 말고 제발 버리자~

얼마 전 잠깐 언급했었지만... 
며칠 전 밥을 먹으면서 우리 집에 있는 오래된 가전들을 걱정했었습니다. 

우리 집이 나이를 먹으면서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세탁기나 에어컨 뭐 이런 것들 고장 나는 날도 오겠지 했는데... 
OMG
다음 날 바로 7년 된, 우리집에서는 나름 young한 
큐리그 keurig 커피머신이 갑자기 안되는 겁니다. ㅠㅠ


그래~ 오래 썼다. 

미국에서 큐리그 커피 메이커는 거의 스탠다드화된 어느 집에나 거의 있는.. 
공공장소에도 거의 있는 국민 커피 메이커라 할 만큼 대박 인기였거든요. 
커피 종류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특허기간 지나고 나서는 K cup 커피는 안 만드는 커피회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그래서 가격도 저렴하고요. 



기간은 7년이지만 (사실 이것도 전 오래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하루에도 5잔 정도 사용했으니,
그만큼 썼으면 오래 잘 썼으니 이제 새로.. ㅋㅋㅋ 
이참에 새로 한대 들이자 하며
네스프레소 커피 메이커 한대 새로 했습니다. 

며칠 후 귀여운 네스프레소도 왔는데.. 우리 근육제로 박섬세 선생께서 
고장 난 큐리그 커피 머신을 뜯고 계시는 겁니다.


그냥 버려~ 고치지 말고 제발 버리자 ~

우리 근육제로 박섬세 선생께서는 고장 난 기계는 절대 그냥 버리시는 법이 없으십니다. 
그렇다고 기계 지식이 있으신 분도 아니십니다. 
그냥 성격이 셈세할 뿐입니다.

자기는 그냥 열어서 선들 체크하고 청소해서 다시 닫을 뿐이라는데... 
꼬옥 고쳐내십니다. (물론 100프로 다 고쳐내는 건 아닙니다) 

근육제로 박섬세 선생의 차에는 늘 공구박스가 실려 있습니다. 
누구네 집에 가면 이것저것 간단한 것들은 바로바로 봐 드리거든요. 


AS 의 개념이 전혀 없고, 사람값이 비싼 미국에서는
물론 아주 많이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온 동네 고장난 모니터를 모아다가, 고쳐서 필요한 집에 그냥 드리고..
세탁기를 사도 꽁으로 딸려오는 법이 없는 전원 플러그나
프린터를 사도 꽁으로 딸려오는 법이 없는 USB 케이블들을 다 뫄 두셨다가 
필요한 분들께 드리기 때문에...
이런 건 좋은 일이니 칭찬을 많이 해드립니다만,

이렇게 산지 몇 년 안된 차를 막 열어서 드라이버 돌리거나 
15년 넘은 트럭 고치겠다고 며칠씩 밑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할 때면...
저분이 차량의 안전을 담보할만한 능력이 되시는 분이신지
저 공구들은 어디서 자꾸 생기는건지
크게 의심을 품곤 합니다.    



우리 집 방 한 칸은 거의 철물점 수준입니다.  
손님 올 때마다 문 닫아두는 이 방에는 컴퓨터가 이만큼이고,
다른 쪽은 사진 찍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입니다.  뭘 버리시지를 못합니다.
지금 이 물건을 고치지는 못해도, 다른 물건 고칠 때 부품이라도 써야 한다고 ㅡ,.ㅡ

저는 아무래도 이 집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절대 이사는 못 갈 것 같거든요.
공구며 고물들이며...  ㅠㅠ

   여봉은 미대 말고 공고를 갔어야 했어. 
공고 가서 전문적으로 배웠으면 얼마나 더 잘하겠어?
크게 성공했을 텐데..라고 가끔 신통방통해서 얘기합니다.   


우리 시엄니 들으시면 얼마나 고생해서 미대 보냈는데, 그런 소리를 하시겠냐고 하지만,
본인도 공고를 가고 싶었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학교와 집에서 다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야 하는 분위기라서 그냥 가게 됐지만,
다시 가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기계를 배웠으면 잘 했을 것 같다고요.  

근데... 그때로 돌아간다해도 잘 몰라서, 이름만보고 기계공학과 가서,
똑같은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하면서 둘이 많이 웃었습니다. 
기계공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제 동생은 가전이나 차수리는 하나도 모릅니다. 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대학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게 참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막상 가서 배우다 보면 이 길이 그 길이 아니라는 걸 잘 알게 되잖아요. 
우리 때는 과 이름만 보고 전공 선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전공 살려서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참 비싼 교육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뭘 버리지 못하는 우리 근육제로 박섬세님은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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