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4월 15일까지는 개인소득신고하는 기간입니다. 

1월 중순쯤 각종 소득공제용 서류들이 발급되고, 늘 같은 기간은 아니지만 1월 마지막주부터 일찍 신고한 사람들의 텍스리턴이 시작됩니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텍스를 더 내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많고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이 시즌에 큰돈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소득이 미덕인 미국에서 이 텍스시즌은 소매업자들에게는 아주 바쁜 시즌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매출이 높은 기간이거든요. 

거의 매달 새해, 밸런타인데이, 부활절 등등 전 세계 모든 축제를 모두 기념하는 미국이기 때문에, 매출이 반짝 오르지만 2-3월은 주말 내내 매출이 올라갑니다.

선진국이라 자기나라에 대한 믿음이 커서 그런지, 통장에 돈이 남으면 불안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미국정부는 사람들에게 돈을 아낌없이 퍼주고, 사람들은 그 돈을 아낌없이 쓰고, 소매업자나 식당들은 그 돈을 벌어서 또 세금을 많이 내는, 이 선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는 시스템이라고 할까요. 

텍스시즌되면 가게에서 최고 매출 올리고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라면 끓여 먹고 쓰러지기 일쑤였는데... 요즘은 한식이 인기가 있어서 우리도 한류 덕을 보고 살고 있어요. ㅎㅎ 냉동김밥이 생각보다 맛있더라고요. 

우리 가게는 서향이라, 이렇게 좋은 풍경을 보면서 일해요. 한순간 이렇게 아름다워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석양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공평하게도 돈과 시간을 함께 주시지는 않으시더라고요. 

돈이 있을 때는 놀러 다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을 때는 돈이 없거나, 돈을 허비할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ㅠㅠ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시간과 돈 사이가 더 드라마틱하게 멀어지더라고요. 

2021년 자영업을 결정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젤 먼저 한건... ㅋㅋ 남편이랑 둘이 라스베이거스에 놀러 갔다 온 거랍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그랜드캐년,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을 돌아오는 그랜드서클과 세도나 여행을 거하게 하고 왔지요.  

앞으로 자영업을 하는 동안 둘이 함께 놀러 다니는 건 포기하자.



우리는 월화수목금토 9-7시, 일요일 1-6시까지 영업을 하고, 일 년에 문 닫는 날은 5-6일 정도. 처음에는 매일 문열보고 제일 한가한 날로 일, 월, 화 3일 중에 하루 쉬려고 했으나, 3일 모두 매출이 좋아서 쉬는 날이 없이 그냥 가기로 했어요. 

우리 두사람 모두 특별히 쉬는 날은 없고요. 가끔 한 사람씩 오전에 1-2시간 늦게 나가거나, 한가한 날 1-2시간 일찍 퇴근합니다.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 저어가세. 

재작년에는 제가 한국을 10일정도 다녀왔고, 작년에는 남편이 10일 정도 다녀왔어요.

한국에는 둘이 함께 가야 재미나는데 ㅎㅎㅎ  함께 가지도 못하고, 시간을 오래 쓰지도 못하고, 가서 시차적응할만하면 돌아오는 셈이지만, 가족들이랑 시간도 함께 보내고, 교포건강검진코스로 병원도 다녀오고, 좋은 시간 보내고 왔어요.

누군가 미국에서 태국으로 휴가 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부러운 맘이 두둥실~ 갑자기 동남아 여행이 너무너무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괜시리 옛날 사진도 뒤져보고, 우리도 좋은 시절 오면 태국도 가고, 발리도 가고, 중남미 크루즈 여행도 가세... 

 

브라이스 캐년 Bryce Canyon National Park in Utah

 

사방팔방 어디를 돌아봐도 캐년으로 둘러싸인 페이지 Page, Arizona

 

Horseshoe Bend in  Page, Arizona 애리조나 주의 페이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in Arizona-Utah 포레스트컴프로 유명한 유타 주와 애리조나 주의 경계에 걸쳐있는 모뉴먼트 밸리

 

그랜드캐년 Grand Canyon National Park in Arizona

 

그랜드캐년 Grand Canyon National Park in Arizona

 

가장 기가 세다는 애리조나 주의 세도나 Sedona, Arizona

 

슬롯머신 가득한 라스베이거스 공항 ㅎㅎㅎ

 

가게 문을 열고 일 년 반 만에 처음 몸살이 났습니다. 

같이 일하시는 분은 장염이 걸려서 어제오늘 못 나오시고, 남편 혼자 일하기는 힘들고, 딱 하루 쉬었으면 좋겠는데... 

어제 어금니 임플란트를 하러 갔더니, 뼈가 너무 가늘어서 뼈이식을 다시 했는데, 몸에 무리가 갔나 봅니다.

목까지 부어서 입안에 침이 자꾸 고이는 바람에 잠을 못 잤는데 아무래도 그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일단 출근은 했는데, 열이 나고 허벅지 위쪽에 몸살통증이 와서 이 비루한 몸을 어디다 누였으면 좋겠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길래, 창고 바닥에 박스를 펴서 깔고 담요 한 장 깔고 누웠더니, 세상 이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 사는 전형적인 자영업 한국인의 이미지에 딱 부합하는 내 모습에 웃음이 났습니다. 손님이 자꾸 몰려와서 오래 누워있을 수는 없었지만 잠깐 누워있었더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이제 목도 한결 편해졌고, 오늘은 쌍화탕에 타이레놀 2알 먹고 자야겠습니다. 어금니가 아직 아파서 입을 벌려서 뭘 먹을 수가 없는데, 저녁은 뭐해먹을까 걱정입니다. 

18년쯤 전에(벌써!!), 남편 근육제로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미국회사에 취직을 하게 돼서, 우리의 미국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다른 글에서도 잠깐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몇 년 돈도 벌고, 남북 아메리카 대륙 여행도 할 요량으로 왔었지요. 

어학연수나 유학을 갔다 온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미국에서 좀 살면 영어도 저절로 유창하게 될 것만 같았고, 미국물 먹고 세련된 스타일로 변모하리라는.... ㅡ,.ㅡ 

미국물 엄청 먹었는데, 세련은 고사하고 완전 시골쥐가 됐습니다. ㅎㅎ 서울에서도 안된 세련이 여기서라고. 

목화밭이 겁나게도 넓은 동네에 집을 마련하고, 어째 어째 우리는 여기 터를 잡고 살게 됐지요. 그래 하루이틀 살다 보니 낼모레 20년, 인생 순식간입니다.

10년도 훨씬 넘게 살았던 동네... 하늘이 너무 예쁜 시골 동네였어요. Fayetteville NC

앤데믹의 길목에서 우리는 자영업자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분들 사시는걸 가만히 지켜보니... 우리 같은 평범 버전의 사람들은 노후에도 그냥그냥 지금처럼 살겠더라구요. 그래도 자영업을 하셨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큰소리 내시면서(^^) 사는 것 같이 보이고요. 우리는 둘 다 남한테 큰소리치며 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젊어서 좀 고생을 하더라도 노후에는 취미생활 하면서 살고 싶다는 욕심은 있지요. 

잘 안 풀리게 돼서 거덜이라도 나게 되면, 다시 취직하면 되지. 미국은 넓고 일할 곳은 널렸는데.... 

아직 그나마 젊었을 때 고생의 길로 들어서보자. 젊어서 편하게 살다 보면 노후에 편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거죠. 

우리도 그 유명한 '아메리칸드림'에 동참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우리 집과 지인들 집에 인테리어 연습했던 실력으로, 6,000sf (대략 169평 정도 되는군요) 가게 렌트해서 3개월 동안 둘이서만 인테리어를 마치고, 개업하지 이제 일주년이 됐습니다.  

가게는 계속 성장을 하고 있고, 우리는 그만큼 육체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몸은 좀 힘들지만, 그동안 이렇게 맘 편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나... 하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고, 또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방만운영 했던 [土木 : Clay & Wood]에서, [미국 자영업자의 성장일기]로 바꾸게 됐어요. 

새로 하나 만들까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블로그 한 개도 방만운영하는데 숫자만 늘릴 엄두가 나지 않더라구요. 

매일매일 눈뜨면 일 나오고, 퇴근하고 돌아가서 밥 먹으면 자야 하는 시간이라 새 글 올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내 취미생활 전용 노트북도 새로 장만하고... 그동안 쓰던 건 가게전용이 돼버렸거든요. 

이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부터는 바쁜 일상과 아는 사람 없는 동네, 좁은 집과 아래 위층에 사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하는... 소소한 스트레스가 있거든요. 집에 노트북이 있으면 왠지 세상과 소통이 저절로 될 것만 같아서요. 가게에서 매일 쓰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도 힘들다는 핑계도 있고. 

허나 매일 책상에 가만히 놓여있다 방전된 두 번째 노트북을 쳐다보며 비웃음 날리시는 남편에게 이제 민망해지는 순간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첫 번째 글을 올리게 됐어요.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이 쑥쑥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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