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동물병원도 못 갔어요.
코로나 창궐로, 동물병원 가는 것도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였죠.
우리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가 거의 97만 명입니다. 말이 누적확진자지 역학조사의 개념이 없는 곳이라, 어차피 병원에서 해줄 게 없으니까, 아프면 집에 머물라고 권고받았으니까, 실제 확진자는 이것보다 배도 넘을 겁니다. 한집에서 확진자가 나와도 가족들은 증상이 없으면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누구 남편 죽었다, 누구 언니 죽었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접했어요. ㅠㅠ 그동안 NC 사망누계가 12,600명이예요.

우리나라와 굳이 비교하면, 노스캐롤라이나 땅 크기는 40프로 정도 크고, 인구는 1/5 정도 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지난 한 해를 견뎌왔는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ㅠㅠ 이제 백신 50프로 가까이 맞았는데도 하루 확진자는 늘 2천 명 정도 나오니까요. 미국 사람들 이렇게 무지한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습니다.

암튼 그래서 우리 코코 일 년 동안 병원도 못 갔는데, 아래 사진 눈 옆에 피지종 한 개가 점점 자라고 있었어요. 그래도 이건 코코 시야에는 안보이니까 다행이다 하고 있었는데, 반대쪽 눈 바로 아래 또 한 개가 시작되더라구요. 이쪽은 커지만 우리 코코 세상을 깔끔히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원에 가야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 한쪽 겨드랑이에 살짝 몰캉한 게 만져지더라구요. 순간 너무 놀래서 바로 병원 예약했습니다.

우리 코코 작은 몸으로 힘들던 말던, 때마침 다가온 이빨 스케일링, 피지종 2개 제거, 겨드랑 체크, 그동안 밀린 백신 부스터 한방에 해결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의사 선생님이 다 할 거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선생님께서 다 해도 될 것 같으면 다 해주세요 했습니다.

요즘 우리 코코가 최애 하는 다람쥐 삼총사 ^^ 다람쥐 귀들은 첫날 모두 제거 완료.

저 지방종인지 피지종인지... 처음 작게 돋아날 때, 여드름 짜듯이 잡아 뜯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했는데... 다시 자란다고 해요. 수술이 디게 간단할 줄 알았는데, 피부 절제 후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코코 벌써 노령견 ㅠㅠ

언제나 수술 전에는 미용과 목욕재계. 한동안 못 씻음 대비.
어렸을 때 핑크핑크 하던 몸 색깔은 이제 점점 어두워져 가요.
흰색 강아지들은 몸색이 보여서 좋은 점이 많아요. 벼룩이나 진드기 발견도 쉽고. ^^

그동안 8년 했으니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털 깎는 거랑 목욕은 우리 코코가 젤 싫어하는 것들입니다. 다리와 꼬리는 온데간데. 그루밍 샵에 가서는 말을 잘 듣는다는데, 집에서 할 때는 엎드려서 안 일어나요. 엄마의 카리스마 부족인가 봅니다.

이번에는 병원비가 513불 정도 나왔어요.
겨드랑이에 있던 멍울은 주사기로 제거했고,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고.

2년에 한 번씩 하는 스케일링인데, 이번에는 나이가 있으니까, 문제 있는 이빨이 있으면 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ㅠㅠ 다행히 이빨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간단할 것 같았던 얼굴 혹 제거는 저렇게 꼬매고 나오는데, 어찌나 불쌍하던지.. 몸에 스티치가 있을 때는 가끔 깔때기를 빼주기도 하고, 옷을 입혀서 편하게 해주기도 했는데, 얼굴에 스티치가 있으니까 잠시라도 빼줄 수가 없더라구요. 불쌍한 것. 손에 침 묻혀서 하는 세수를 못하니까, 금방 스멜리 독이 되더라구요. 침 세수의 위력을 확인!!!

우리 노령견 코코는 이제 수술 자국도 안 보이고 재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코코 배변 패드에서 핏자국 발견 OMG
병원으로 또 달려갑니다. 동물병원도 비대면이라 강아지만 건네주고, 주차장에서 전화로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bloody urine이라고 하면, 완전 피오줌인 줄 알 것 같고 해서... 강아지를 데려가는 간호사님께 사진을 보여주고, 니가 가서 설명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사진만 찍어갈게 아니라, 패드도 들고 가야 했습니다. 오줌 검사를 해야 하는데 코코가 긴장을 해서 그런지 피피를 안 하는 바람에 시간이 엄청 걸렸어요. 의사 선생님 끝내 포기. 제가 밖에 잔디밭 데리고 다니면서 순간 비닐봉다리 끼워서 성공.

방광염이 엄청 고통스럽다는데, 며칠 안 움직이고 덜 촐랑거렸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아팠나 봐요. 짐승들은 말을 못 하니까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을 정말 실감했습니다. 아픈 건지, 피곤한 건지, 기분이 안 좋은 건지 모르니까... 고통스러운 것도 늦게 알게 되더라구요. 그나마 배변패드 때문에 알게 된 거죠. 미안해 코코

헉.... 죄송. 하지만 정보공유 차원에서 

방광염 병원비는 엑스레이, 피검사, 소변검사, 항생제 주사, 2주 치 약 해서 280불 쓰고 오셨습니다.

제가 병원비를 올리는 이유는 다를 눈치채셨겠지만... 강아지 키우려고 고민하시는 분이 혹시 보시거든 꼭 먼저 생각하셨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첨에 병원에 예약 잡아놓고 코코가 아픈 것도 정말 걱정이었지만, 큰 병이면 어쩌나 하면서도, 같이 걱정됐던 건.... 돈걱정도 한몫했기 때문입니다. 큰 수술 하면 돈이 얼마나 나오려나.... ㅠㅠ 코코 미안.

정기검진, 백신과 부스터, 중성화 수술, 재수술, 슬개골 탈구 수술, 덧니 2개 빼고, 2년에 한 번 스케일링, 1년에 한 번씩 심장사상충 검사, 심장사상충 예방약.... 미용비용 등등 우리 집 돈덩어리 되시겠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건강한 견생을 위하여 사료며 간식이며... 기왕이면 -몸이 작아서 많이 드시는 것도 아니니- 좋은 것(=비싼 제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부잣집에 갔으면 더 좋은 대우받고 살았을 텐데 가끔 미안하기도 합니다. 유기견들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들 사랑받고 살아야 마땅한 존재들인데.... ㅠㅠ

이제 8살.. 몇 달 있음 만 9살이 되는데, 요즘은 의학발달로 20살까지 사는 토이 사이즈 견공들도 많다고 하니, 아직 병원비는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벌써 노령견에 들어갑니다 ㅠㅠ)

노령견이니 더 주의 깊게 살펴야겠다고 약속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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